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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물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이 잡지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 소개하려는 이 잡지 싱클레어가 2000년도 봄에 시작되었다고 하니 어느덧 이 잡지도 15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니까 싱클레어는 독립출판계의 할아버지인셈인데, 사실 굳이 독립출판물로 범위를 좁히지 않더라도 15년동안 폐간하지 않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고 대단하기만 하다.

 

 

 

 

 

 

 

먼저 싱클레어 52호를 읽었던 나의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넘어가자면-

이 잡지 정말 소름끼치게 좋다. 그러니 혹시 어느 서점에서 이 싱클레어를 만나게되면 고민하지 말고 꼭 사라고 말을 하고 싶다.

솔직히 말하면 나 역시 서점주인의 입장이 아닌 그냥 책방에 놀러를 갔다면 이 책을 구입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책이 좋지 않아서가 아니라 이 책에 손을 뻗어 펼치기까지의 일련의 행동과 설령 펼쳐 보았더라도 왠지 지루하게 느껴지는

종이질과 활자들덕에 다시 내려놓았을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나도 이러한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주로 디지털매체를 통해 문화를 수용해 온 세대들인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독립출판물 서점에 와서 이 책을 잘 펴보지 않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간다.

 

그러나. 이 책은 반드시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질 필요가 있다.

사실 사람처럼 독립출판물들도 겉모습만 대충보고 섣불리 판단을 하면 안 될 내면의 모습이 너무 좋은 책들이 많다.

이 책도 그러한 경우 중 하나인데, 바램이 하나 있다면 내가 쓰는 이런 별 것 아닌 글들로 인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처럼 비록 겉은 화려하지 못하지만 내면이 아름다운 책을 만나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대부분의 글들이 모두 좋았지만 이번 호에서 내가 가장 관심있게 본 글은 바로 잡지소장가 서상진씨의 인터뷰를 다룬 글이었다.

나는 독립잡지를 만들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독립잡지를 만들고 있거나, 만드려는 사람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그런 내용이었다.

 

 

세상 사람들은 학교를 다녀야 교육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다수의 폭력이죠.

                                                           

 

모든 매체는 중독성이에요. 어느 날 매체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그건 독자들의 중독성을 끊게 하는 거죠. 굉장히 무책임한

행동입니다. 요즘 잡지들에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폐간호를 낸다던가, 종간호를 낸다거나, 휴간호를 내야 되요.

사전에 독자들에게 약속을 해서 충격이 덜 가게 해야 하는 거죠. 그런데 자본의 논리에 의해서 어느 날 안 나온다.

이건 독자에 대한 배신이에요. 이건 잡지를 만드는 사람이 스스로 다음 독자를 기약하지 못하게 하는 거기도 해요.

 

 

그 다음에 잡지가 해야 하는 일이, 세상에 아픈 곳들이 있어요. 메이저 잡지가 손대지 않는 부분들을 다루는 것,

나는 그게 독립잡지가 해야 할 역활이라고 봐요.

 

 

많은 이들이 부자가 되려고 해요. 모든 꿈이 부자 더만. 작년인가 재작년에 젊은 친구들하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어요.

화두가 전부 돈, 돈, 부자가 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듣고 있다가 그랬어요.

"나 같으면 부자가 천 명 중에 한 명이 될까 말까하니까, 가난하면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게 더

빠른거 같다" 고 했어요.

 

 

                                                                                               <싱클레어 52호 中>

 

 

 

 



 

그리고 지난 번에 소개한 적이 있던 <안녕, 둔촌 주공 아파트>를 쓴 인규씨의 글이 이번 호에 실렸는데

나도 모르게 괜히 반가웠다.

 

 

결국 이제 둔촌주공아파트도 조만간 재건축이 될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몇 년 전 잠실의 오래된 아파트들이 헐리고

완전히 새로운 풍경들이 빼곡하게 들어섰듯이 둔촌주공아파트의 모든 것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죠.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반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잠실의 아파트가 그랬듯 새 아파트는 더 좋고 더 비싸질 테니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 포털 사이트에서 둔촌 주공아파트를 검색해보면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과 그에 따른

부동산 가치의 변화에만 모두의 관심이 쏠려있습니다. 우리 눈에 익숙한 모든 구석이 다 한 순간 사라지게 되는 것,

수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가득한 거대한 공간을 부수는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싱클레어 52호 中>

 

 

그리고 또 이런 기사도 있다. 제목은 '똑똑 도서관'

아파트 단지 하나를 도서관으로 만들자는 것인데, 뭐 예를 들면 이런 식.

 

"103동 503호 조인호의 소장도서 리스트" 라고 하면 끝.

이렇게 목록을 공개한 아파트 주민은 사서가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또는 두 번 정도 시간을 정해놓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책을 대여하는 시스템이에요.

"103동 503호는 목요일 오전 10-12시 일요일 오후 6시-8시에 오시면 책을 빌릴 수 있습니다. " ... 이런 식이죠.

(중략)

생각해 보면...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을 아는 일이 쉽지 않아요. 서로 인사를 나눌까 말까... 하면서 지나치는

이유는 뭘까요? 딱히 통성명을 하지 않아서 그렇거나, 이웃인지 몰라서 그런 것 같거든요.

몇 백 미터 떨어지지 않은 같은 공간에 살면서도, 서로의 그림자만 보고 사는 것 같아요.

 

                                                                                                        <싱클레어 52호 中>

 

 

 

 

 

 

 

이 글은 "나중에 나이 들면 카페나 할까?" 라고 말하는 삼십대 중후반의 사람들에게 카페를 하지 말하고 권고하는 글이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카페나 했다가" 손을 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싱클레어 52호 中>

 

 

내가 현재 카페를 운영하고 있어서 상당히 많이 관심이 가고, 재미있게 읽었던 글인데

혹시 이 다음의 글이 궁금하신 분이 있다면 싱클레어 52호에서 직접 확인을 하시길.

 

 

 

 

 

 

 

메이저 잡지들은 돈이 안되는 일은 잘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무분별한 광고를 실고, 다소 자극적인 내용을 담아내고,

유명한 사람들의 사생활을 말한다. 그런 것들이어야 사람들의 관심을 좀 더 쉽게 끌어내고, 돈을 만들 수 있을테니

어찌보면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독립잡지 싱클레어는 이와 완전히 반대가 되는 길을 걷고 있다.

그래서 돈이 되기는 커녕 적자가 나고, 매 호 잡지의 존폐를 고민해야 할 지도 모른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난 늘 정직한 회사와 정직한 음식점이 성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

그게 바로 바른 사회로 가는 길이니까. 만약에 그런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고, 그 반대의 사람들이 성공을 한다면

누가 정직하게 일을 하고 정직한 음식을 만들겠는가.

 

잡지의 한 부분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저희가 <싱클레어>를 만들면서 좋은 내용으로 채우면 사람들이 당연히 사서 볼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는데,

과연 현대가 그런 시대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기도 합니다."

 

정직하고 따뜻한 잡지. 좋은 내용의 잡지를 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과 사람들의 관심이 덜 가는 다소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관심갖고 들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정말 사람냄새 나는 잡지, 그리고 진짜 책 냄새 나는 잡지를 본 것 같아 행복하다.

52호를 넘어 100호가 나오는 그 날까지 계속해서 이처럼 좋은 내용을 실어주길 마음 속으로나마 응원해본다.

그러니 이 글을 보는 당신도 꼭 싱클레어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시길.

아무리 좋은 글도 누군가에게 읽혀지지 않으면 가치가 없으니 말이다.

 

 

 

150*210

128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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