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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계간홀로 13호
제작자 짐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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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홀로 13호

/ 짐송


150x210 mm

126 pages


어떤 연애는 권장하고 축복하고 강요하지만

어떤 연애는 억압받고 배제 당하고 지워진다


<계간홀로>는 '연애하지 않을 자유'를 추구하는 동시에 정체성이나 이데올로기로 인한 탄압이나 차별 없이 연애할 수 있는 '연애할 자유'를 이야기하는 잡지입니다. 잡지에는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연애 재현 양상이나 연애 정상성, 결혼 위주의 문화와 제도 등 대한 다양한 필진들의 비판적이고 재미있는 글이 실립니다. 

'연애하지 않을 자유'에서의 '연애'는 기존의 연애 담론-이성애 중심주의, 시스젠더 중심주의, 비장애인중심주의, 한민족중심주의, 유성애중심주의, 모노가미 중심주의 등-을 의미하기에 이때의 자유는 여기에 속하지 않는 실천과 권리를 의미합니다. 한편 '연애할 자유'에서의 '연애'는 이러한 지배적 연대 담론을 해체하여 원하는 이들은 누구나 안전하고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는 관계를 의미합니다. 즉 연애하지 않을 자유와 연애할 자유는 궁극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향합니다. 



# 13호 미리보기 

 

"...세 번째는 부케 받기였다. 한 살 위의 고등학교 선배 언니가 결혼을 하면서 부케 받을 사람을 수소문하다가 내 잡지에 대해서 듣고 제안했다. 부케를 받으면 6개월 안에 결혼해야 하고, 그 시기를 놓치면 3년 간 혼삿길이 막힌다는 카더라에 대해서는 나 역시 익히 들어온 바. 나는 최선을 다해 부케를 받았고, 사진기사 아저씨는 단 한 번에 오케이했고, 그렇게…나는 선배의 결혼사진에 영원히 남는 짤방이 되었다. 선배한테는, 결혼 생활에 위기가 올 때마다 앨범을 꺼내서 보라고 의연하게 웃었다. 아 눈가가 살짝 촉촉해지네. 까짓거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온 얼굴의 근육이 부케를 향해 달려가는 내 꼬라지가 대수인가.

나는 당연히 6개월 안에 결혼하지 못했다. 앞으로 2년간은 충실히 잡지를 낼 수 있다는 뜻이다. 부케를 받은 르포에서 나는 이 부케 던지기의 의식이 결혼이라는 폭탄 혹은 손수건을 돌리는 게임 같다고 썼다. 친구들 간의 커뮤니티에서 흐름이 끊기지 않고 연쇄적으로 발생해야 하는 결혼이라는 사건, 일단 다음 주자로 지목되면 서둘러 가야지 안 그러면 됫박 쓴다는 엄정한 결혼의 법칙. 결혼하지 않은 이들이 모두 그 행복의 상징을 향해 손을 높이 뻗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전제되어 있는 게임 말이다." -<르포 3종 세트 회고전>, 짐송 


"나는 로맨스라는 장르를 “여성이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해왔다. 사랑은 여성의 ‘업무’이며, 여성은 그 업무를 통해서 훌륭한 남편을 얻어 사회적 지위를 얻으며, 자식을 낳고 성장시키며, 남편과 자식을 통해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성과와 지위를 인정받는다. 물론 다들 알다시피 이건 판타스틱 드림이다. 사회가 내뱉는 ‘구라’다.

하지만 이런 ‘구라’가 정상인 세계에서 나고 자란 우리는 이성적으로는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걸 쾌락으로 여길 수 있다. 세상이 붙잡아 비틀어버린 목줄기를 따라 꼬여버린 욕구의 에너지가 이상한 방향으로 분출되는 건, 특히 여성이 소비하는 장르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위의 요소 안에서 나는 자신을 숨길 수 밖에 없었고, 타인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그것이 완벽하기를 바랐던 여성의 지위와 욕망을 읽는다. 그러므로 우리가 해야 하는 말은 “너와 너의 욕망은 빻았다”가 아니다. “왜 우리는 그것을 욕망하는가”이다." -<관계가 꼭 이래야 하나>, 김휘빈


"“결혼했어요? 아니라고? 그럼 부모랑 같이 살아요? 아니라고? 그럼 혼자 살아요? 아니라고? 그러면 부모랑 같이 살아요?”

자신이 예상할 수 있는 형태의 삶의 방식이 등장할 때까지 계속 물어본다. 나의 대답이 필요하기는 할까?

“혹시 두 분 어떤 사이이신지……”

이런 경우 상대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가시화 되지 않은 성적 지향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매우 귀찮은 일이며 나와 동거인이 같이 살아가는 것에 특별히 상관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집주인이고 동거인은 세입자라고 답해주었다. 임대차보증금을 나누어 부담하다가 결국 내 명의로 주택을 구입하였고, 여태까지 경제공동체인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 대답을 들으면 상대가 조금 안심하며 웃는 것을 볼 수 있다. 내가 성소수자가 아니라고 답한 적은 없을텐데도." -<인식 밖의 삶, 도구적 존재>, 율도 


"그들에게 집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 길에서 성희롱을 당하지 않게 하는 것은 사회나 경찰이 아니라 독일 남자친구가 해주는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독일인 남자랑 같이 살아도, 심지어 독일 남자만 사는 집에도 도둑은 들었다. 독일 남자친구가 하루 종일 집안에 있지 않는 한 도둑은 들었을 것이다. 그저 쉽게 원인을 찾고 싶었을 뿐이다.

독일에서 독일 남자친구는 경찰, 보호자, 선생님 등등 사회가 해줄 수 있는 모든 안전망이자 가이드로 통용되었다. 부당한 일을 당하면 독일 남자친구에게 말해서 그가 대신해 주길 바라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그에게 물어봐서 배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나는 순종적이고 착하며 어리숙한 아시아 여성이고 상대는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는 왕자님이 된다. 자국민 여성에게는 평범한 남자들 중 한 명이 그들이 외국인 여성 앞에선 선생님, 경찰이 된다. 슈퍼맨의 기분을 단지 그 나라에서 태어나 그 나라 언어를 하는 것만으로도 느낄 수 있다. 그들은 유난히 세상으로부터 지켜줄 수 있는 왕자님이 된 듯한 기분을 외국인 여성을 통해 느끼려는 듯했다." -<독일 도둑과 아시아 여자>, Chloe Hong 


"...그러나 밖에 나가면 나는 여전히 어린 여자애 취급을 받았다. 내가 번 돈으로 먹고 자고 싸도, 치과에 가면 액수가 크니 부모님과 상의하고 다시 오라는 식이었다. 8년째 같은 동네에 있는 내 집은 남들에겐 임시의 자취방이었고, 나의 1인 가정은 결국 보호자의 부재를 뜻했다. 그런데, 웨딩드레스를 입고 신부대기실에 앉은 그 순간.

“너도 이제 어른이네!”

아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남편의 교회 친구까지 들어와서는 남편에게 “너 그럼 이제 청년부 아니네?”하고 간다. 듣자하니, 교회 내에서 20대 이상 성인들이 모인 곳이 청년부인데, 결혼을 하면 청년부를 ‘졸업’할 수 있단다. 남전도회로 옮겨 간다나. (...중략...) 

사회는 이 생애과정을 성숙함과 정상성의 척도로 놓고 그 바깥의 것들을 미성숙하고 비정상적인 존재로 치부한다. 내가 사랑에 빠진 사람이 여성이었다면, 동성과 결혼할 수 있는 법이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으므로, 나는 ‘정상적인 어른’이 될 자격 자체를 박탈당한다. 선택권을 하나만 줘놓고 나머지는 다 비정상, 혹은 사회적 미성년자 취급이니, 답정너도 이런 답정너가 없다. 사회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이들을 불완전하다고 낙인찍고는 보다 완전한 존재가 되라고 채찍질하며 이들의 현재를 존속시킬 방법을 강구하지 않음으로써 엄연한 존재마저 지워버린다." -<사람들이 나보고 어른이래>, 지수 


"다큐멘터리 영화 '땐뽀걸즈'가 드라마로 제작된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관련 기사를 보러갔다. 그리고 절망했다. 원작에는 없는 젊은 남성 배역이 추가되어 있었다. 네가 왜 거기서 나와...? 

불현듯 로맨스 코드가 망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강물에 띄워보낸 나의 명작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성장 서사에는 꼭 연애가 있어야 할까? 계간홀로 지난 호에는, <나루토>와 <블리치>를 예로 들며 소년만화의 성장은 언제나 연애 결혼 출산을 통해 '아버지'가 되면서 마무리된다고 썼다. 성장물에는 높은 확률로 연애, 그것도 이성애 연애가 끼어든다. 청소년들의 연애를 탄압하는 현실이 뻘쭘해지는 순간 아닌가요? 

좀 더 절망편으로 가보자. '소년'이 '남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순하고 순수한 줄 알았던 짝사랑의 대상 혹은 모두의 선망을 받는 퀸카에게 절망하고 'x년'이라고 울분을 내뱉거나 '타락한(ㅋ)' 그녀를 만나 자신의 빈곤했던 청춘을 보상 받는 듯한 단계가 필수적이다. <친구>, <건축학개론>." -<다 된 서사에 로맨스 좀 끼얹지 마라>, 짐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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